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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0-09-06
제목 해양직업 14 / 요트 딜리버리, 낭만요트 즐기는 ‘극한직업’
푸른 바다위에 한 점으로 떠서 흰 돛을 올린 요트. 물살을 헤치기 시작하면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바다와 색깔, 숲과 야자수로 둘려 싸인 이름 모를 작은 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황홀한 에메랄드 빛 바다와 어우러져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항해하는 낭만 요트. 이런 요트를 운반해주는 꿈의 직업이 있다. 요트딜리버리다.

요트 딜리버리는 말 그대로 요트를 구입한 선주에게 요트를 직접 운항하여 공급처 지역이나 나라로 부터 사용지 까지 날라주는 직업을 말한다. 국내 보다는 해외로 부터 요트를 운송하는데 통상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일본으로 부터 요트를 운송한다. 요즘 부산일보에 세계일주 항해기를 연재하는 윤태근선장의 경우 요트 딜리버리로 자금을 모아서 세계일주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직업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낭만이 가득한 요트도 타고 돈도 번다? 그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 보았다.

낭만은 나중에, 생존이 우선

앞서 언급한 황홀한 낭만이 요트를 딜리버리하는데 따라 줄까? ‘따라주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무슨 대답이 이런가 싶지만 요트 딜리버리에겐 최단의 시간과 손상이 없는 상태로 거친 바다를 거쳐 요트를 운송하여야 할 책임이 우선이기에 이러한 낭만은 대개 그림의 떡이다. 물론 딜리버리를 하는 도중 망망대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항해의 즐거움과 낭만의 순간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간과 자연의 조화에 쫓긴다.

나라와 나라의 원양을 이동하므로 거리가 장거리일 뿐만 아니라 잘 알지 못하는 항구나 마리나에서 출발, 최소 7일 최대 20여일 이상 해상에서 험한 기상과 파도와 싸우고 해류, 암초, 해상 선박 등과 같은 위험 요소를 피해야한다. 그리곤 선상에선 최소의 인원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낸다.
외국의 영해를 항해하는 터라 세관, 항만청, 해양 경찰 또는 그 나라 해군과 같은 기관들로 부터 늘 법규 준수 및 각종 신고 등의 의무 이행 책임과 감시 압박에 놓이게 된다. 업무에 쫓기다보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항해 생활환경 때문에 딜리버리에겐 정신적, 육체적 강인함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거기다가 주도면밀한 항해 계획 수립, 각종 항해 물품 준비, 고도의 항해술 및 요트의 각 부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각종 위험과 사고나 재난에 대한 대책 수립과 훈련 등은 덤이다. 이쯤 되면 요트딜리버리는 조금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극한 전문직이란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어떻게 진입을 하나

우선 요트를 몰수 있는 면허부터 딴 뒤 돌발 사태에 대비해 최소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을 마스터해야 한다. 요즘의 요트는 각종 항해장비, 통신장비, 구명장비, 편의시설로 가득 찬 선박이다. 거기다가 연안 항해가 아닌 장거리 원양 항해에 따른 주야간 원양 항해술, 처치법, 기상학 지식 습득과 훈련이 필수다. 그런 다음 선배 딜리버리와 동승, 원양항해 경험들을 쌓아야한다. 항해술은 일종의 도제제도와 같다. 선배로부터 몸으로 배워 익히는 기술이다.

요트를 그냥 가서 몰고 오는 것이 아니라 각종 서류를 챙기고 인수받는 쪽과 소통해야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그러니 언어와 서류처리능력도 필수다. 이 부분이 안되면 요트 딜리버리 요원은 될지언정 회사를 가지거나 CEO가 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사실 형식은 요트이지만 선박을 사고파는 행위의 요원이니 나중에는 파이낸싱 능력과 정보력 등이 동시에 요구된다. 지난 호에 소개한 ‘선박브로커’와 궤를 같이한다 하겠다.

딜리버리 수수료

나라마다 운송비가 약간 씩 차이가 있으나 선진국 일수록 비싸다. 간단히 말하면 요트를 상업적 운송선에 실어 운송하는 데 수반 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마일(1.6킬로미터)당 10,000원을 기준으로 위험도 등을 감안하여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기다 운송시 소요되는 요트의 유류비용은 별도이며 승선원의 편도 운임 및 식비 및 기타 육상 해상 생활비용이 운임에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리에 따라 500만원에서 700만원 혹은 그이상의 운송료를 받기도 한다.

요트의 운송 전에 딜리버리맨이 요트를 점검한 결과 수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선주와 상의, 선주 부담으로 처리한다. 그리고 운송 중 발생한 고장은 발생 원인을 따져서 선주와 운송인 비용 부담 여부를 사유에 따라 결정한다. 이런 부분은 사전 운송계약시에 명문화 해야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앞으로의 전망

국민 소득 증가와 휴일 확대로 국민들의 여가 활동이 다양해지게 되었다. 이가운데 해양레저가 점차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 요트가 있다. 정부에서는 요트산업의 발전과 해양 스포츠 확충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계획을 수립 실시 중에 있어 향후 요트의 수적 증가가 급속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요트산업의 형편상 주로 중고 요트의 수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요트 운송업 발전이 뒤따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요트 운송 인력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현재 요트 운송업 종사자의 수가 소수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술 습득의 어려움과 많은 시간적 필요 때문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 운송인 육성이 절실하다. 문제는 도전, 기회는 도전하는 자에게 열려있다.


“막연한 도전보다는 철저한 준비 필요”


“나고야에 갑니다. 이번이 세 번째 딜리버리입니다. 배를 받아서 고객에게 인도해도 될 선박인지 점검한 뒤 우리 영사관에 가서 우리나라 ‘가 국적’을 취득하고 세관 서류작업까지 마치려면 한 2-3일 걸립 겁니다. 그리곤 요트를 몰고 출항해야지요.”

통영에 있는 아라요트의 이희성실장(27세)은 지난 8월 16일 김해에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가 일본행에 나선 것은 특별한 물건을 배달하기 위함이다. 이씨의 직업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요트 딜리버리(Delivery)’. 이씨가 가져오는 배는 30피트짜리 연안항해용인데 크루저와 레저를 가능케 하는 CR급이다.

“89년된 건조된 배인데 요트도 자동차처럼 연식과 정비 상태로 가치를 따진다”며 씩씩하면서도 순수함이 배어나는 목소리로 거침없는 설명이 이어진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물씬 풍기는 그는 “대학에서 생활체육을 전공, 졸업 후 해양스포츠 분야에 일하다가 고향인 통영에 요트학교가 개설되면서 요트 강사로 활동을 했다”면서 “지인인 세일러가 권유해서 호주서 1년간 RYA(영국왕립요트협회)요트 코스 유학을 마쳤고 그의 소개로 요트 딜리버리 및 중고요트 판매 회사를 창업하게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그동안 틈틈이 전국규모 요트시합에 참가해 요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젊은 신예다.

먼저 딜리버리를 하려면 준비해야할 것으로 “언어는 물론이고 막연한 도전보다는 준비와 철저한 사전 공부가 필요하다”고 정색을 하고 말한다. 왜냐하면 “자연과 기계를 다루면서 생명과 직결된 업일 뿐 아니라 고객에게 제대로 된 상품을 넘겨주어야 하는 고도의 비즈니스이니 그렇다”는 것. 덧붙여서 “자동차처럼 요트의 종류는 수천가지가 되는데 고객이 원하는 배가 어디에 있고 어떤 배를 추천할지 권할 수준이 되려면 고도의 정보와 지식이 갖추어져야한다”고 강조한다.
“필수 자격증으로 동력수상레저기구조종면허, 무선관련 면허가 있습니다. 요트를 몰기 위한 기본이지요. 그리고 필요한 자격증으로는 스쿠버 자격증, 인명구조사 자격증, 아마추어 무선 자격증 등이 있습니다. 요트의 안전에 도움 되는 것들입니다.” 덧붙여서 훈련 및 습득 분야로는 “수영, 항해술, 기상학, 전기. 전자장비 기초지식, 엔진 처치법, 요리법과 해당국 언어 및 관련법령 이해, 출발지, 경유지 및 도착지 해양 정보” 등이라고 말한다. 그냥 요트 타면 되는 것으로 알거나 일반적인 배달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씨는 힘든 점으로는 “가족들과 오래 자주 떨어져 생활하는 것과 극한 자연적 상황에서 냉철한 결정을 해야 하고 끊임없는 공부, 준비, 항상 긴장의 연속, 육지의 안락함과는 먼 좁은 공간에서의 불편한 생활과 혼자 내지 소수인과의 장기간 생활” 등을 꼽았다.

“딜리버리를 떠나는 순간부터 에피소드가 시작된다”고 말하는 이씨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요트를 운송하면서 겪은 숱한 일들을 떠 올렸다.

“한번은 악천후를 만나 야간에 5~6시간 동안 항해를 했지만 폭우와 강풍과 큰 파도로 마땅한 피항지를 찾지 못해 위기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대형 일본 여객선 옆에 몰래 요트를 계류하여 밤새 마음 조리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다음날 새벽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찬란한 하늘과 만났을 때 희열이 몰려오더군요. 지난밤의 사투를 생각하면서 가슴이 뻐근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다. 한번은 조류를 잘 못 예측하는 바람에 계획에서 벗어난 장시간 항해로 연료탱크가 텅텅 비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불빛이 환한 여객선 선착장에서 절박한 사정을 설명하고 잠시 계류를 요청했으나 매몰차게 거절당했습니다. 겨우겨우 어두컴컴한 인근 작은 포구를 찾아 동네 어부들에게 급유와 식수 조달을 수소문 했지요. 그때 수더분하게 생긴 일본인 어부가 우리의 손짓 발짓을 총 동원한 도움 요청에 자기 집으로 데려가 경유 80리터와 식수를 자기차로 배까지 전달해주더군요.”
너무나 고마워서 거듭해서 비용 지불의사를 밝혔지만 끝까지 손사래 치며 환한 웃음으로 뒤돌아선 일본에서 만난 시골 어부. 그의 따뜻한 마음 등은 세상을 정말 살맛나게 하고 베풂이 어떤 것이어야 함을 일깨워주었단다.

한편 마지막으로 전화가 연결된 이씨는 요트를 몰고 대마도 인근을 지나는 중이었다. 휴대폰을 타고 파도소리와 요트 선상의 움직임과 모습이 전해졌다. 휴대폰이 국제 로밍을 거쳐서 바다에서 터진 덕분이다. 항해도중이어서 길게 말을 나누진 못했지만 기사의 내용을 마무리하고 본인 사진 등에 대한 의논을 바쁘게 해야 했다. 끝으로 딜리버리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기초부터 실력을 연마하고 부단한 연습과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가지고 혼자임을 즐길 수 있는 자존감과 자연을 존중 할 줄 아는 겸허함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여기엔 꿈과 비전이 있습니다. 육지인들이 절대 느낄 수 없는 바다의 정직함과 무한 자유를 같이 누릴 수 있게 젊은이들의 도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어떤가, 끌리지 않는가?.

2010-09-02 강승철기자 ds5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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